아이스 핸드 드립 커피를 만들 수 있을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원래 방식대로 드립 커피를 내린 뒤 얼음을 넣으면? 상당히 아쉬운 맛의 커피를 만날 수밖에 없다. 보통 너무 연하니까.
아래 방법을 따라 해보자. 몇 가지 팁을 적용한다면 된다. 당신도 충분히 향기로운 아이스 핸드 드립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다.
<목차>

1. 아이스 핸드 드립 – 원두 로스팅과 분쇄 정도
아이스 드립 커피용으로는 강배전 원두를 선택한다. 강배전 원두는 평균보다 긴 시간 동안 강하게 볶은 원두를 말한다. 다른 말로는 다크 로스팅 원두라고도 한다. 원두 색깔이 진한 갈색 또는 검정색에 가까운 갈색을 띠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강배전 원두가 적합한 이유는 좀 더 진한 쓴맛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가운 온도에선 커피의 쓴맛이 덜 느껴지므로 쓴맛이 보다 많이 추출되는 강배전 원두가 알맞다. 참고로 원두는 약하게 볶으면 산미가 있되 쓴맛이 적고, 강하게 볶으면 산미가 줄고 쓴맛이 증가한다. 약하게 볶은 약배전 원두로는 아이스 커피에 적절한 정도의 쓴맛을 추출하기 어렵다.

또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커피 성분의 추출량에 있다. 아이스 커피는 추출 과정에서 얼음에 의해 커피가 희석되므로 같은 양의 원두에서 좀 더 진하게 커피를 추출해야 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진한 커피 성분이 추출되는 강배전 원두가 적합하다. 약배전 원두로 아이스 커피를 내리면 충분한 커피 성분이 추출되지 않아 맛이 밍밍할 수 있다.
원두 분쇄는 보다 가늘게 하는 것이 알맞다. 일반적인 핸드 드립 원두보다 좀 더 가늘어야 하며 설탕 알갱이 수준의 입자 크기면 적당하다. 아이스 커피에 가늘게 분쇄한 원두가 적합한 이유 역시 추출량에 있다. 마찬가지로 보다 많은 커피 성분을 추출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2. 원두 : 얼음 : 물의 비율
보통 핸드 드립 커피에서 원두와 물의 비율은 1 : 15 정도로 본다. 여기서 아이스 커피를 내릴 때는 물 용량의 40%를 얼음으로 대체한다. 그럼 원두, 얼음, 물의 비율은 각각 1 : 6 : 9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예시를 들면 일반 핸드 드립 커피에선 원두 30g에 뜨거운 물 450ml를 사용한다. 이를 아이스 커피로 바꾸면 원두 30g, 얼음 180ml, 물 270ml을 사용해 커피를 내리면 된다. 이때 얼음은 커피를 추출하고 넣는 것이 아니라 서버에 미리 얼음을 담고 커피를 내리는 방식이다.

비율은 사람의 취향마다 다를 수 있다. 핵심은 추출에 사용할 물의 용량 일부를 얼음으로 채운다는 것이다. 위 비율을 꼭 맞추기 어렵다면 얼음과 물의 양을 5 :5 정도로 생각해 준비해도 괜찮다.
3. 추출하는 시간과 방식
아이스 드립 커피 추출의 핵심은 추출량을 높이는 것에 있다. 얼음이 물을 대체하는 관계로 물을 적게 사용할 수밖에 없어 추출량 또한 적게 되므로, 최대한 많은 커피 성분을 추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내려야 한다.
따라서 일반 핸드 드립 방식보다 더 긴 시간 동안 물을 내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보통 핸드 드립은 3분 이내로 추출하는 데 반해 아이스 드립 커피는 5분 내외의 시간을 들여 천천히 추출하도록 한다. 그래야 같은 양의 물에서 더 많은 양의 커피 성분을 추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론 긴 시간을 들여 커피를 내리면 쓴맛이 과도하게 추출되니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차가운 커피에선 쓴맛이 비교적 잘 느껴지지 않으므로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또 커피를 추출할 땐 수저 등으로 적절히 휘저어주는 불림 작업, 이른바 교반(stirring)을 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해야 같은 양의 물로 보다 많은 양의 커피 성분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휘저으면서 추출하는 핸드 드립 방식을 푸어 오버(pour over)라고도 부르는 데 꼭 맞는 표현은 아니다. 통상적으로 핸드 드립과 푸어 오버는 같은 방식을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교반 등을 포함해 드립하는 방식을 푸어 오버, 그렇지 않은 방식을 핸드 드립으로 구분해 부르기도 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4. 아이스 핸드 드립, 콜드브루의 차이
혹자는 굳이 아이스 드립 커피를 만들 것 없이 콜드브루 커피를 마시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콜드브루 원액을 희석하는 방식으로 더 간편하게 시원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취향에 따라 마시면 될 일이다.
다만 두 커피에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뜨거운 물로 커피를 내리면 원두 본연의 향미를 풍부하게 추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내린 커피는 얼음으로 식힌 뒤에도 그 복합적인 풍미가 유지된다. 반면 찬물로 커피를 내리면 비교적 많은 향미가 제거된 채로 커피가 추출된다. 특히 쓴맛과 신맛이 적게 추출되므로 본연의 향미를 누리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원두 고유의 풍미를 잘 간직한 시원한 커피를 찾는다면? 콜드브루보다는 아이스 드립 커피가 더 알맞은 선택일 것이다.
